[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선에서 국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현 여권의 과거 정치 행태로 미루어 짐작컨대, 여권이 상대방을 친일 프레임으로 묶으려는 경우는 예상할 수 있지만, 이는 과거 지향적 프레임일 뿐, 국제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은 다를 것 같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탈레반의 귀환’ 때문이다.
현재 각종 언론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같은 국제 문제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문제가 미국의 정책과 관련 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지만 않았어도, 시간을 과거 7세기로 돌려 여성을 학대하고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 탈레반 정권은, 자신들이 달라졌다며 여성에 대한 교육과 취업을 보장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지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여성을 총살하거나 거리에서 여성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고, 미국을 도왔던 이들을 색출해 살해했다는 뉴스들이 대부분이다. 아랍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과거 탈레반 정권보다 현재 탈레반을 이끌고 있는 지도부들이 더욱 ‘교조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예견된 참사였다는 것인데, 이런 예측을 무시하고 철군을 강행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동맹국들의 실망은 일정 수준을 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출범 초기에 말했던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는 슬로건이 ‘미국은 집으로 갔다’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국제전략연구소(ISS)의 프랑수아 하이스버그 선임 고문의 비아냥처럼, 미국 국내에서도 바이든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작금에 나타난 미국의 태도를 보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야만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논리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30명 정원의 미군 수송기에 640명이 뒤엉켜 있는 모습, 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이륙 직후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사람들의 모습,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외국으로 보내려고 공항을 지키는 미군에게 아이를 건네는 장면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충격을 넘어 이 문제가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문제의 내면화“를 발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의 귀환은 국내적으로 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가능성이 있고, 이런 공감대는 현재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우리나라의 대미 외교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과) 대만,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면서, “누군가가 나토 동맹국을 침략하거나 적대적 행위를 할 경우 우리는 대응할 것”이고 “일본, 한국,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지만, 대만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의 국익과 관련해서 현재 우리의 외교는 얼마나 ‘미국의 필요성’에 부합할까 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이런 문제는 현 정권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동맹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사안은 대선에서 상당히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자력으로 핵 개발을 하자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실현 가능한 주장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핵을 가진 북한과의 대립 속에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만족해야 하느냐 하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또한 현 정권이 줄기차게 추진하는 북한과의 ‘평화 협정’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효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평화 협정”에 대한 의미 부여가 소용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탈레반의 귀환’은 이번 대선에서 이슈를 만들 것인데, 이런 이슈가 어떤 정당,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것이 이번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