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시청률’ 첫 TV토론에 여야 ‘자화자찬’…중도·무당층 표심 흔들릴까
© 경향신문 지난 3일 KBS에서 열린 20대 대선 첫 4자 TV토론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여야는 20대 대선 첫 4자 TV토론에 대해 “우리 후보가 1등”이라며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놨다. 이번 TV토론 시청률이 역대 대선 토론 중 두번째로 높은 39%를 기록하는 등 중도·무당층 표심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았다. 향후 TV토론에선 후보 간 공방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야는 오는 8일 두번째 4자 TV토론 개최에 합의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막힘없이 본인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해 내는 후보와 자료 없으면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하는 후보 간 토론이었다”고 전날 TV토론을 평가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판정승했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후보는 시종일관 경제, 민생을 가장 중심에 두고 임했다”며 “윤 후보는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대장동 네거티브에 집중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기세 싸움에서 확실히 검찰총장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 우리 윤 후보가 단연코 1등”이라며 “이 후보는 초반에 대장동으로 가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위축된 자세를 보인 것 같아서 3등”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윤 후보가 제일 잘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며 “윤 후보가 지도자다운 늠름한 모습, 신뢰할만한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안철수 후보가) 토론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제일 높았다”며 “안 후보는 ‘개혁본색’, 이 후보는 ‘대략난감’, 윤 후보는 ‘허장성세’, 심 후보는 ‘진보작렬’”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주 정의당 선대본부 종합상황실장은 KBS 라디오에서 “(토론으로) 만날 1등하던 사람이 또 1등하고 오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심상정 후보가 중요한 부분들에서 다른 후보들의 정책 등을 잘 짚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평가를 종합하면 4명 후보들이 각자 나름의 성과와 한계를 보였기에 뚜렷한 승자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소상공인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 경제 문제로 논의를 이끌어가려는 모습은 긍정적이었지만, 나머지 후보들로부터 대장동 논란으로 집중 공격 당하며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한 건 아쉬웠다는 평가다. 윤석열 후보는 주택청약 점수를 잘못 말하고, RE100 질문에 답을 못하는 등 디테일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으나 대장동 공세를 집중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 등 안보관을 강조하며 보수층에 호소했다고 분석된다.
안철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연금개혁 합의를 이끌어내 존재감을 드러냈고, 심상정 후보는 젠더·불평등·노동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며 선명성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두 사람은 군소 후보로서 토론판을 주도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후보도 TV토론을 통해 중도·무당층 표심을 적극 끌어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TV토론은 각 후보의 기존 지지층 결집을 강화할 뿐 아니라,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유권자층인 중도·무당층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중도·무당층을 움직이려면 안정성과 신뢰를 보여야 한다”며 “이 후보는 대장동 논란과 관련해 윤 후보를 공격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신뢰를 얻지 못했고, 윤 후보는 태도는 안정적이었으나 중도 확장 메시지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심 후보는 진보적 관점을 유지하느라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한계가 명확했고,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터라 호소력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통화에서 “후보들 모두 새롭게 내놓은 게 없었기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임팩트가 없었다”며 “4자 토론이라는 형식의 한계상 승패가 갈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TV토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만큼 향후 후보들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SNS에 “어제 TV토론 시청률이 39%였는데 1997년부터 열린 TV토론 중 두번째로 높았다”며 “시청률이 30%를 상회하면 1~2위 간 (실제 득표율 격차가) 5%포인트 이내였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각 후보들이 탐색전 성격의 첫 TV토론에서 꺼내지 않은 후보 당사자·배우자 신상 등과 관련된 네거티브 카드를 향후 토론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소장은 “막판으로 갈수록 급한 후보가 ‘국민적 의혹이니 해명해 보라’는 식으로 서로의 약점을 거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후보 4명이 첫 TV토론을 마친 다음날 두번째 TV토론 개최에 합의하며 토론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는 커지게 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오는 8일 주최할 토론에 참여해달라고 4당에 요청하자 각 후보들은 이날 모두 참석 의사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법정 토론은 이달 21일과 25일, 다음달 2일 세차례 예정돼있다. 심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토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4자 토론하고 윤석열·이재명 두분만 하는 토론이 아니라, 양자 간에 돌아가면서 하는 순회토론도 좋다”고 말했다.
박광연·박순봉 기자 ⓒ경향신문(http://www.khan.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