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키운 `구취`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우
리는 생활 중의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교감을 느끼고 유익한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대화중에 상대방으로부터 입 냄새를 느끼게 되면 아무리 예의가 바르고 좋은 인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마주하기 힘든 경험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입 냄새는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의 힘든 충고를 듣고 나서야 이를 인식하게 되고 그 후에야 혼자서 고민하게 된다.
입 냄새는 치명적인 질환도 아니고, 통증을 유발시키지도 않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불편감과 고민은 중증의 질환만큼 이나 큰 경우를 볼 수 있으며, 심리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타액의 양이 적은 경우에는 입 냄새가 더욱 빈번하고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은행원인 A(여·37)씨는 몇 달 전부터 입 냄새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요즘 같이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코로 호흡하기가 힘들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서 구취가 심해서 치과와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별 호전이 없어서 지인 소개로 본원에 내원했다. 겉으로 보기에 마른 형이었으며, 신경이 예민한 편이었으며, 만성피로와 함께 입 안이 건조해지면서 혓바닥에 누런색의 태가 끼어 있었으며, 소화도 잘 안되고 변비증상도 심했다.
설태(舌苔)를 살펴보니 구취의 원인이 구강 내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 장기인 위장에 열이 많아 음식물이 소화가 되면서 부패된 음식냄새가 올라와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고 위의 열을 내려주는 찬약 계통 위주로 치료했다. 치료 후 혓바닥의 누런색 설태도 없어지면서 구취도 감소됐다.
고객을 가까이서 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A씨의 경우처럼 입 냄새는 심각한 문제를 안겨준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 인구의 50%에서 입 냄새가 난다고 한다.
구취의 90%는 구강 내부의 냄새다. 나머지는 위궤양 등 다른 질환과 관련되어 있다. 주로 황화물을 발생시키는 혐기성 박테리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들 세균은 혀의 표면 아래, 목 그리고 편도선에도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서식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입 냄새와 고약한 맛을 느끼게 하는 휘발성 황 화합물 등 여러 가지 화학 물을 만들어 낸다. 이와 같은 기분 나쁜 냄새를 일으키는 환경적 원인으로는 구강건조, 탁한 타액,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우유제품, 적색 육류, 콩 등), 흡연, 알코올(주류와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세정제 포함), 호르몬 이상, 구강건조를 야기하는 약물(항우울제, 고혈압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알려져 있다.
위에 언급한 원인으로 구강 내부의 산-염기 균형이 깨어지고 혐기성 세균이 과다 서식하게 된다. 이때 관찰되는 누런 색깔의 설태가 그 방증이다. 한방에서는 설태의 과도한 발생 원인을 위열(胃熱)과 심열(心熱) 같은 내부 장기 기능의 이상으로 본다.
인체 장기에 과다한 열이 있으면 구강 내부에도 온도와 습도의 이상이 생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세균이 이상 증식되어 설태와 입 냄새가 난다. 따라서 구취 치료에 있어서 세균보다도 구강 내의 환경변화를 먼저 고려하여야 한다. 세균은 서식환경이 조성될 때 과다증식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구취 치료를 위하여 구강 내부만을 보지 않는다. 먼저 구취뿐 아니라 맥을 살피고 혀의 형태와 색깔 및 설태를 확인하며 더불어 전신적인 상태와 체질적 소인 등을 고려하여 원인을 감별하고 치료에 임한다.
구취 예방에는 물을 가급적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이때 그냥 맹물보다는 녹차와 홍차가 구취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구절초(九折草)를 증건(蒸乾)하여 달여서 복용하면 구취나 체취를 없애는데 좋다. 가급적 금주하고 신열(辛熱)한 음식을 금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독소가 축적되어 구취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구취의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치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잇몸 및 구강질환의 치료가 선결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구취가 난다면 한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밀 검진을 통하여 구취의 원인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