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크릿에 무슨 일이...주가 12% 폭등
여성 속옷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이 29일(현지시간) 폭등세를 기록했다.
정규 거래를 전일비 5.92 달러(12.19%) 폭등한 54.50 달러로 마친 뒤 시간외 거래에서도 0.40 달러(0.73%) 뛴 54.90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정규 거래에서 폭등한 종목은 대개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같은 흐름도 거스를 정도로 강한 상승세를 탔다.
빅토리아 시크릿 폭등세를 부른 배경은 2가지였다.
자사주 매입과 실적 개선이다.
주가 상승세를 부르는 전통 공식이 빅토리아 시크릿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CNBC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도움을 받아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모두 2억5000만 달러어치를 되사들이는 계획이다.
29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빅토리아 시크릿 시가총액 48억 달러의 5%가 넘는 규모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자사주 매입이 내년 1분기 말에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로 오는 31일 410만 주를 시장에서 사들일 계획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또 지난달 예상했던 것처럼 올 연말 쇼핑시즌 매출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해 주가 상승세를 불렀다.
빅토리아 시크릿에 따르면 올 4 회계분기 매출이 지난달 실적전망에서 예고한대로 전년동기비 0~3%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주당 2.35~2.65 달러 순익을 기대했다.
여성 속옷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빅토리아 시크릿은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고전해왔다.
매출이 감소했고, 여성 고객 사이에서 한 물 간 속옷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모기업인 L브랜즈가 빅토리아 시크릿 분사를 발표하고, 7월 세부계획을 내놓은 뒤 8월 3일 분사가 이뤄지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환골탈태하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섹시한 모델을 내세우면서 섹시함을 강조하던 브랜드 이미지도 여성의 자기 정체성이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 맞도록 바뀌고 있다.
플러스 사이즈의 몸집이 큰 마네킹에 자사 속옷을 입혀 전시하고, 임산부 속옷 시장에도 진출했다. 보정용 속옷도 내놓기 시작했다.
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란제리 패션쇼도 없앴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패션쇼는 한 때 이 업체의 아이콘이었지만 고객층인 여성들의 거센 반발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델들에게 매혹적인 브라, 레이스가 달린 속옷, 천사 날개 등을 입히고 단 뒤 무대를 걷게 하는 이 속옷 패션쇼는 시대 변화 속에 관람객 수가 계속 줄어왔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미지 개선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마틴 워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면서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워터스 CEO는 또 반기 정례 세일을 대비해 공급망 차질 속에서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