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혼다 현대 '충격'…'파격' 기아, 신형 스포티지로 '진격'
스포티지, 세계 최초 도심형 SUV
도요타 라브4, 혼다 CR-V에 영향
사전계약 첫날 1.6만대, 투싼 이겨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과거는 묻지 마세요"
예상은 했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현대차 투싼만큼 기아 스포티지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예상을 뛰어넘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몰라볼 정도다. 물론 동생인 셀토스, 형님인 쏘렌토, 첫 전용 전기차인 EV6와 '형제'라는 사실을 알려줄 디자인 요소는 반영했다.
하지만 스포티지 후속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완전히 새로 나온 SUV로 여길 수준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6년 만에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바뀌었다.
'파격 변신'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남 좋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세계 최초 도심형 SUV에 어울리는 지분을 챙기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스포티지는 30년 전에 '도심형 SUV'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다.
1991년 도쿄국제모터쇼에 출품된 스포티지 콘셉트카는 글로벌 SUV 시장에 '도심형' 화두를 던졌다.
크고 투박하며 온로드보다는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춘 기존 SUV와 달리 작으면서도 곡선미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모터쇼 베스트 모델 10에도 선정됐다.
1세대 스포티지는 2년 뒤 세계 최초 도심형 SUV로 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토요타와 혼다는 충격을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기존 SUV에서 볼 수 없던 세련된 곡선을 반영한 외모와 세단에 버금가는 실내 인테리어를 갖췄기 때문이다.
1세대 스포티지 [사진 = 매일경제DB]
한 수 이상 아래라고 여겼던 기아의 신차 개발 능력에 도요타와 혼다는 자존심을 버렸다. 스포티지를 발 빠르게 벤치마킹해 1994년과 1995년에 잇따라 도심형 SUV를 내놨다.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로 인정받는 도요타 라브4(RAV4)와 혼다 CR-V다.
도요타와 혼다는 강했다. 스포티지가 닦아둔 길에서 라브4와 CR-V는 질주했다. 라브4는 지난해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기준인 '1000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CR-V도 900만대 이상 팔리며 1000만대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스포티지도 성과는 거둬들였다. 스포티지는 2004년 2세대, 2010년 3세대, 2015년 4세대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가 'SUV 명가'로 자리잡는 기틀을 마련했다.
기아 최초로 글로벌 판매대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600만대를 넘어섰다. 도심형 SUV 시대를 연 기아 입장에서 '상처뿐인 영광'은 아니지만 아쉬운 성적표다.
기존 4세대(왼쪽)와 신형 5세대 스포티지 [사진 출처 = 기아]
이달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신형 스포티지는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출발부터 '진격'했다.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난달 6일에만 1만6078대가 계약됐다. 투싼이 보유한 국산 준중형 SUV 사전계약 첫날 기록 1만842대를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첫날 돌풍은 태풍으로 세력을 키웠다. 영업일 기준 10일 동안 2만2195대가 계약됐다.
인기 요인은 남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차급을 뛰어넘은 공간, 향상된 편의·안전 사양 때문이다.
신형 스포티지는 EV6처럼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했다. 자연의 대담함과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역동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그릴은 두 개다. 타이거 노즈(호랑이코) 형태의 크롬 그릴이 보닛 앞쪽에 자리잡았다. 블랙 컬러 테크니컬 패턴을 적용한 뒤 LED 헤드램프와 한몸이 된 커다란 타이거 노즈가 작은 타이거 노즈를 감쌌다. 부메랑 형태의 주간주행등, 그 바깥쪽에 자리잡은 헤드램프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이미지다. 양쪽 끝까지 좌우로 길게 이어진 그릴은 차체 폭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게 만든다.
측면은 단순미를 추구했다. 도어 손잡이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크롬 벨트라인 몰뎅을 제외하고는 선 사용을 자제했다. 직선과 직선을 이어 '각진' 매력을 추구한 투싼과 다르다.
후면은 넓은 숄더, 좌우를 연결한 수평 장식, 날렵한 리어램프, 넓은 블랙 리어 램프와 스키드 플레이트로 심플함과 안정감을 추구했다. 리어램프 끝은 눈꼬리처럼 펜더 쪽으로 파고들었다. 전면부처럼 수평 형태 디자인을 적용, 실제보다 차체가 더 크고 넓어보인다.
디자인 차별화 모델 '그래비티'는 강인함에 초점을 맞췄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한층 단단한 인상의 전후면 범퍼, 블랙 유광의 도어 가니시, 상향된 루프랙 등이 특징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4660x1865x1660mm다. 기존보다 175mm 길어지고 10mm 넓어지고 25mm 높아졌다. 투싼(4630x1865x1665mm)보다 길고 낮다. 중형 SUV에 버금가게 커졌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공기역학 성능도 좋아졌다. 낮을수록 좋은 공기역학계수는 스포티지가 0.31Cd, 투싼이 0.32Cd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85mm 길어진 2755mm다. 투싼처럼 동급 최대 수준의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콕핏, 최첨단 사양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은 부드럽게 곡면으로 하나가 됐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국내 준중형 SUV 최초로 적용했다.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야각에 따른 화면 왜곡을 줄여준다. 정보를 더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해주고 운전자 시선 분산을 줄여준다. 좌우 송풍구는 니은자(ㄴ) 형태다. 조수석 쪽은 밑줄이 더 길게 이어진 형태다. 처음 보는 형태로 창의성이 돋보인다. 다만, 디스플레이 아래쪽에 배치된 한일자(-) 형태 송풍구는 세련미를 반감시킨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기능은 통합됐다. 스마트기기에 적용되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공간을 차지했던 버튼과 다이얼이 대거 사라지면서 깔끔해졌다.
기어스틱이 없는 다이얼 타입 전자식 변속기(SBW)로 변속 조작 편의성을 향상했다. 투싼이 적용한 버튼 방식 SBW보다 조작이 편리하다. 회전형 컵 홀더를 적용해 콘솔 수납공간도 확장했다.
신형 스포티지 [사진 제공 = 기아]
뒷좌석의 경우 센터 터널이 있지만 낮은 편이다. 성인 2명과 아이 1명은 물론 평균 체형의 성인 남성 3명도 앉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637ℓ다. 기존보다 134ℓ 늘었다.
마감은 아쉽다. 앞 유리와 만나는 루프 안쪽 마감재는 절단면이 거칠게 노출됐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 비스듬한 기둥) 안쪽 이음새 마무리도 매끄럽지 못하다.
현대·기아 장점인 안전·편의사양도 체급을 넘어선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차로 유지 보조(LF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을 탑재했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안전 하차 경고(SEW), 운전자 주의 경고(DAW), 후측방 모니터(BVM), 하이빔 보조(HBA),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RCCA) 등도 채택했다.
편의사양은 스마트한 일상을 도와준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기아 페이, 차량에서 집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카투홈 등 기어 커넥티드 카 서비스인 키아 커넥트도 적용됐다.
시동을 끄고 일정 시간 뒤 블러워를 작동시켜 불쾌한 에어컨 냄새 발생을 줄여주는 애프터 블로우 시스템,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공기질을 개선시켜주는 능동형 공기청정 시스템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