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건강한 삶을 위하여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들
식별,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어려움이 있기에 은총도 있다.” 요즘 많이 묵상했던 이야기입니다. 다소 팍팍했던 일상이어서 그랬는지 마음에 제법 와닿았습니다. 되새길수록 감사했습니다. 누구나 어렵고 힘들면 자연스레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러합니다. 어려운 순간 기도하며 하나님께 도우심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 도움을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표현합니다. 은총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겁니다. 가장 인상적인 얘기는 꽃동네에서 보았던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입니다”였습니다. 남에게 빌어먹는데 왜 은총일까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고단한 이웃들이 연대하여 함께 삶을 꾸려간다는 소박한 꿈과 함께 감사가 주는 신비로움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오늘 강론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는 감사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뜻을 찾음입니다. 은총이 올바른 은총으로 작용하고, 인간이 온전하게 감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게 정녕 하나님의 뜻일까?
식별의 중요성
“사람에게는 바른길로 보여도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길이 있다.”(잠언 14,12)
하나님의 뜻이 맞는지를 식별하는 ‘영적 식별’이라는 학문도 있는데, 대개는 식별을 위해 이런 기준들을 제시합니다. 첫째, 그 삶이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들을 맺는가?(참조 갈라 5,19-24) 둘째, 야망과 세속적 경쟁심, 탐욕을 얼마나 버리는가. 셋째, 이웃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자비를 실천하는가.(마태 25,31-46) 넷째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 뜻에 자신을 내어 맡기는가.(마태 12,50) 다섯째, 교정을 위한 이웃과 공동체의 형제적 권고를 받아들이는가(마태 18,17) 등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성숙한 사람이란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하는 훈련된 지각을 가지고 있는(히브 5,14) 훌륭한 식별력을 지닌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물이나 쾌락에 무질서한 애착을 많이 갖거나 악한 생각들(AD 345년 폰투스의 에바그리우스가 제시한 탐식, 음욕, 탐욕, 슬픔, 분노, 아케디아, 헛된 영광, 교만을 여덟 가지 악한 생각)이 많을 때 하나님의 뜻은 그 사람 안에서 왜곡됩니다. 하나님의 뜻을 식별하지 못하면 은총과 축복은 오히려 이웃과 세상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망가진 인간들은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런 것에선 만족도 자유도 얻을 수 없어요. 그들은 권력이나 권력이 제공하는 안정의 환각에 중독되어 있어요. 하지만 어떤 재난이 발생하며 자신들이 신뢰하던 힘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윌리엄 폴 영, "오두막", 파파(하느님)가 맥에게)
서울 대신학교 목자의 길 비석. ©️이주형
은퇴하신 신부님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젊었을 적에는 바라는 게 많았어. 정말 많았어.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근데 나이가 들어서는 딱 한 가지야. 아프지 않게 해 달라는 거야.” 평소에 후학들에게 존경받는 신부님이시기에 그 말씀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지만 동시에 욕심 많은 나를 순화시키는 건 결국 육체의 나약함이나 죽음과 같은 한계성일까 싶은 서글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란 그리 어려운 것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는 왜 과하게 욕심을 내면서 사는 걸까, 미래가 불안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 좋아 보여서, 편하고 윤택해서 그렇겠지요.
그러나 돈과 권력, 명예와 욕심 때문에 망가진 이들의 삶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이 주는 달콤한 이익만을 취하다 더 큰 걸 잃어버리고 낭패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요컨대 시간이 지난 후 우리가 영혼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일지, 혹은 아픈 사람일지를 가늠하는 건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는지,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살았는지일 겁니다. 유혹과 주저함이 우리를 붙잡겠지만 정직과 양심을 선택하며, 내 것을 나누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찾으며 우리의 삶은 기쁨을 찾고 건강해질 겁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