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에서 마지막에 웃은 힙합 거물 '퍼프 대디'
'퍼프 대디'로 불리는 힙합 거물 숀 디디 콤스가 2일 미국 뉴욕 연방 법원에서 일부 유죄 평결을 받았다. /AP 연합뉴스
검찰이 제기한 5가지 중 2가지만 유죄 평결
NYT "콤스에게 최선의 결과"
“피고인의 인신매매 혐의는 무죄.”
2일 오전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배심원단 대표가 이같이 말하자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남성이 불끈 쥔 오른손 주먹을 여러 차례 들어 올리며 기뻐했다. 배심원단은 그의 다섯 가지 혐의 중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두 가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평결을 내렸고, 남성은 입가에 웃음을 띠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하마터면 남은 생애를 평생 감옥에서 보내야 할 뻔했던 미 힙합계의 거물 숀 디디 콤스(56)가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이 완전한 무죄도 아니고 수년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지만 콤스는 평결에 분명히 기뻐했다”면서 “그에게 있어 사실상 완전한 무죄에 버금가는 최선의 결과”라고 했다.
‘퍼프 대디(Puff Daddy)’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콤스는 친한 친구 사이였던 가수 B.I.G.가 1997년 총격으로 사망하자 만든 추모곡 ‘아일 비 미싱 유(I’ll be Missing You)’로 한국에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서 콤스는 힙합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졌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자친구 등 여성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작년 3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자택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진행한 뒤 작년 9월 기소했다.
그동안 콤스는 600만달러(약 85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대저택에서 나와, 열악한 시설로 유명한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서 ‘수감번호 37452-054’로 불리며 수감돼 있었다. 기소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소 15년형에서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본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다.
최근 8주간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과 콤스 측 변호인은 배심원단을 상대로 유·무죄를 주장했다. 콤스의 혐의 중 핵심은 그가 전(前) 여자친구였던 카산드라 벤투라와 재판에서 ‘제인’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여성을 미국 전역과 해외로 데리고 다니며 다른 남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했는지 여부였다. 이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가 폭력, 강요 등을 사용해 여성들이 ‘상업적 성행위’를 하게 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콤스 측은 “자발적인 성관계였다”고 주장해왔다. 배심원단은 콤스가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고려했을 때 전적으로 강요된 성관계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조직범죄’ 혐의도 무죄 평결이 나왔다. 이 혐의는 소위 ‘리코(RICO) 법’과 관련됐는데, 원래는 1970년 마피아·조직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州)의 개표 결과를 번복하려 한 혐의로 이 법의 적용을 받은 바 있다. 유죄가 인정되려면 콤스가 수년에 걸쳐 인신매매, 마약 유통 및 다른 범죄에 책임이 있는 범죄 조직을 운영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배심원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죄로 인정된 두 혐의는 그가 성매매를 목적으로 사람들을 불렀다는 것인데, 각각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형량만 선고된다.
콤스 측 변호인은 배심원단 평결이 나오자 즉시 “피고인을 석방해 달라”고 보석을 신청했다. 중범죄와 관련된 혐의가 무죄이므로 구속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검찰 측은 “콤스는 두 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라며 석방을 반대했다. 판사는 콤스의 폭력적인 성향을 문제 삼아 신청을 기각했다. 선고는 오는 10월 있을 예정이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