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도 어려운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언제부터 인기였지?

예약도 어려운 파인 다이닝, 오마카세... 언제부터 인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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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자 콘텐츠가 된 '음식'... 돈 쓸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MZ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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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세대들은 인당 5만~10만 원 하는 요리가 낯설지 않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하는 오마카세 맛집, 기념일에 갈 만한 분위기 좋은 파인 다이닝 등에 빠삭한 그들은 먹는 것에 진심이며, 그 돈을 비싸다는 개념보다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 대개는 외동이거나 적은 수의 형제자매와 부모의 물질적 자산(경제적 지원)을 누리며 자란 그들에게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여기에 저성장 시기, 미래에 대한 적은 희망과 현생을 사는 MZ세대의 특성(욜로)을 언급할 수도 있겠다.

물론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파인 다이닝, 오마카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외식 문화가 보편화 된 것은 사실이다. 

음식, 경험이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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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르메종 전체요리 파인다이닝 경험하기
ⓒ 김지원


 
얼마 전, 청담동에 있는 '보트르메종'이라는 프렌치 파인 다이닝에 갔다. 인당 기본 런치 코스가 6만5000원. 거기에 분위기를 내고자 한 병에 1만5000원 하는 아쿠아 파나 미네랄워터를 주문했다(순전히 분위기에 이끌려 주문). 그리고 하나씩 나오는 예술 작품 같은 음식들. 추가 요금을 내고 메인디쉬와 디저트를 업그레이드했더니 인당 십만 원 꼴이었다.

우리가 먹는 속도를 보면서 지정 서버 분이 다음 요리를 가져오셔서 일일이 요리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 요리는 어떤 재료들로 만들었고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을 천천히 음미했다. 정말이지 먹었다는 표현이 아니라 음미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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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0원 하는 미네랄 워터 15000원 하는 미네랄 워터도 수요가 있으니까 파는 것이다.
ⓒ 김지원


 
프랑스에 여행 온 느낌으로 두 시간을 음식에 집중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두 시간 동안 식사를 한다는 걸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것 같은데, 프렌치 코스 요리를 먹다 보니 금세 두 시간이 흘렀다. 작은 크기로 앙증맞게 올려진 요리들을 보며 배가 찰까 의심했던 일행도 더 이상 못 먹겠다며 배부름을 표했다.

요즘 약속을 정할 때 패턴을 보면, 먼저 가보고 싶었던 맛집을 두세 곳 리스트 업한 후 지리적인 부분, 금액적인 부분을 합의하여 약속을 정한다. 먹는 것이 메인이 되어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먹는 것이 생존을 위한 행위였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경제 성장과 해외여행의 보급화, SNS와 예약 플랫폼의 발달로 먹는 것이 경험이자 문화가 되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는 수만 장의 사진 리뷰를 양산하며 콘텐츠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뉴욕에서 온 도넛, 런던에서 온 베이글 등 해외에서 유명한 음식이 한국에 들어와 긴 웨이팅을 견뎌야만 맛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이국적인 음식점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비싼 음식에 대한 WTP(willing to pay), 가격 지불 용의도 높아진 것 같다. 

캐치테이블(예약 관리 서비스)를 애용하는 사람으로서, 비싼 가격임에도 그럴 만하다, 그 값을 한다는 리뷰들을 많이 본다. 가격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가 아닌 상대적인 평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음식의 부가가치가 인정받고 있는 시대다.

음식이 경험이자 문화가 된 것은 비단 외식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식품 시장도 콘텐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새벽 배송이라는 물류적인 측면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그 유명세를 지속시킨 것은 프리미엄 식품이라는 콘텐츠 덕분이다. 일반 마트, 대형할인점에서는 볼 수 없는 브랜드와 상품들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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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트르메종 아뮤즈부쉬
ⓒ 김지원


 
오프라인 매장에도 백화점 식품관 같은 프리미엄 마켓이 있다. 그곳에 가면 일반 점포에서는 볼 수 없는 독일산 시리얼, 이탈리아산 향신료, 네덜란드산 비스킷, 노르웨이산 통조림을 볼 수 있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해외여행 도중 브랜드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경험이 구매를 유인하는 것이다. 아니면 처음 보는 상품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자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유통업자는, 상품이 아닌 콘텐츠와 문화(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경험을 판매해야 하는 것이다.

상품보다 경험을 팔아야 먹히는 시대

어느 순간, 대형 할인점에 가면 수입 상품들의 가짓수가 늘어나 있다. 하인즈나, 켈로그 등 기존에도 유명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뿐만 아니라 들어보지 못했던 유럽 및 남미 브랜드까지 눈에 들어온다. 대개 공급은 수요가 있기 때문. 이렇게 수입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은 세계에 대한 경험이 보급화 되며 나타난 현상이다. 

해외여행의 증가는 말할 것도 없이, 직접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영화나 SNS를 통해 세계 시장이 한국에 대거 유입되었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는 제조사와 발 빠르게 해외 시장을 파악하고 트렌드를 도입해야 하는 유통사는 넘쳐나는 해외 콘텐츠들로 인해 쉴 틈이 없다.

실제로 제과 업체의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보면, 이전에는 오리온, 롯데, 농심, 해태 등 국내 상위의 제과 업체들이 MS를 나눠 가졌지만, 지금은 하리보, 크래프트, 몬델리즈 등 외국 기업들에게 지분을 많이 뺏겨 국내 업체를 위한 파이 자체가 작아졌다. 실로 글로벌 경쟁이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는 경험이다. 또한 그 해결책도 경험과 콘텐츠다. 생각해보면 K-snack이란 콘텐츠로 우리의 상품들도 K-culture과 함께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식품뿐 아니라 모든 소비재 시장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내거나 먹히는 콘텐츠/경험을 끊임없이 창조해내야 생존할 수 있다. 결국 모든 기업은 세일즈를 위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상품이 아닌 경험을 팔고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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