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노인의 꿈 “한인 위한 건 뭐든 하고 싶어”
AtlantaJ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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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12:58
박상수 씨, 글여울 문학상 수상턱 소감
연합교회 시니어대학에 1000불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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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로렌스빌에 있는 한인 박상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씨가 자택에서 연합장로교회 시니어 행복대학 글여울반 친구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
이 자리에는 애틀랜타 연합장로교회(담임 손정훈 목사) 시니어 행복대학 문예창작반 구영복 반장과 학생들 그리고 강사인 강화식 시인 등 20여 명이 참석해 롤링페이퍼를 작성하고 함께 식사하며 박씨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온라인상에서만 만나다가 박씨의 수상 덕분에 이날 첫 대면 모임을 가졌다.
강화식 시인은 “3년 전 시 300여 편을 갖고 교실을 찾아와 ‘난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신 선생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늘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면서 좋은 글 많이 쓰시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평소 시를 좋아해 자신의 일상, 자연 풍경, 가족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써 왔다. 제1회 글여울 신인 문학상 공모전 당선작 ‘두렁 봄 개골’도 ‘개구리’를 소재로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내 은유와 함축 표현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의 작품이 이처럼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건 그의 삶 자체가 ‘디아스포라’이자, 작품 안에 디아스포라 정신이 스며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민 초창기엔 그의 삶도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1975년 오하이오주로 이민 와 화학 공장을 운영하다가 80년 애틀랜타로 와서 다운타운의 한 낡은 극장을 개조해 그로서리 ‘파이브스타’를 운영했다.
1992년 4월 로드니 킹 사건에서 시작된 LA발 폭동으로 박씨의 그로서리는 큰 피해를 보았고 이를 계기로 박씨는 미국을 살아가는 소수민족이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박씨는 “애틀랜타 시정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6년 7개월 만에 승소, 30만 달러를 배상받았다”면서 “당시 폭도들이 소수계인 한인 상점을 약탈하는데도 경찰이 모른 척 하는 모습을 보며 속상했는데, 소수 민족 보호에 대한 판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박씨는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유권자 등록 캠페인에 동참하고, 한인 출마 정치인들을 물심양면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둘루스 한인 타운에서 열린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지팡이 두 개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하지만 평화로운 시위를 당부하기 위해 직접 나선 그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93세 노인은 여전히 꿈꾸고 있다. 그는 “한인들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며 “특히 직장이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인들을 돕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 기업과 함께 모금 활동을 펼쳐 큰 농장을 만들어서 농업 분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글여울 문학상과 시니어 대학의 발전을 위한 기금 1000달러도 기부했다. 그는 “한인 시니어들이 나처럼 글을 쓰면서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위로받기 바란다”면서 “숲속에 살면서 자연을 즐기고, 어려운 한인들을 도우며 함께하는 이 삶이 행복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