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고국 방문
총영사관에 전화 걸기가 가뜩이나 더 어려워졌다. 해외접종자 자가격리 면제와 관련한 문의전화가 늘어난 탓이다.
실제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전화하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방문예약제를 실시한다는 안내 목소리만 반복해서 나온다.
다른 미주 공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LA총영사관에는 하루 수천통의 전화가 폭주한다고 한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한국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할 입국 관리체계 개편을 공표한 후폭풍이다. 백신 접종을 마친 내·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기존의 2주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미주 한인들의 현안이기도 하다.
이 뉴스가 나오자 오랫동안 직계 가족을 만나지 못한 미주 한인과 유학생들은 희망에 부풀어 너도나도 한국 방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인천행 항공편 문의가 부쩍 늘었다. ‘다음달 항공권 예약이 이전보다 3∼4배는 증가한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렇지만 준비가 부족한 ‘깜짝 발표’는 진행상 여러가지 혼란을 불러왔다. 실례로 애틀랜타총영사관 등 각 공관들은 다음달 초가 되어서야 신청접수를 받는 단다. 심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나 격리면제 허가증을 들고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점이 크게 늦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어렵게 연결된 총영사관 직원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본부에서 구체적 지침이 아직 하달되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해외동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극적 연출도 도마위에 올랐다. 휴일인 일요일 오후에 발표하는 등 모양세를 갖추느라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그리 잘 준비된 것 같지는 않다.
각종 온라인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는 불만의 댓글로 가득하다.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대책 없이 졸속으로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룬다.
심지어 ‘본부와 해외공관간 구체적 실무협의도 없이 발표부터 하는 것이 세계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일하는 수준인가?’하는 다소 격한 발언도 있다.
게다가 미국 시민권자는 필수 지참서류인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계가족임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면제대상을 확대해달라는 한인단체의 공개 요구도 있다. 가족 방문에 형제자매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것. 직계 존·비속보다 형제자매 친·인척들이 고국에 살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해결책으로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온라인 조력서비스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라는 느낌이 짙다.
가족관계 증명서와 예방접종 증명서를 재외공관에 제출하고 격리 면제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롭고 이 과정에서 영사업무의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수요가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상이 걸린 일부 영사관은 민원 수요 급증에 대비해 전담팀을 둔다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창구도 일원화하지 않은 것도 흠이다. 사업출장의 경우 해외공관이 아닌 별도의 기업인 출입국 종합지원센터를 통해야 한다. 중요사업이나 학술 및 공익적 방문이 목적일
때, 특별한 제한이 없어 심사기관의 자의성이 크게 개입할 여지도 있다.
격리 면제 조치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더라도 3차례의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출발 전 72시간 안에 발급받은 음성판정확인서를 제출함에도 불구, 입국 당일과 6~7일 후 2차례에 걸쳐 다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비용은 물론 본인 부담이다. 또한 체류기간 중 자가진단 앱을 스마트폰에 의무적으로 설치해 매일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관계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한국이 아직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미 집단면역으로 가고 있고, 공식적으로 야외에선 마스트를 벗는 분위기다.
국가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변이바이러스 유행 국가는 제외했지만 하필이면 자국산 백신 예방율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많은 중국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거리다. 해외동포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선심성 정책인지 의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