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친구 같은 부모'는 직무 유기…자식에게 물음표 던져야"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진 기자ⓒ 강원도민일보
손웅정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출간
"공 하나 잘 찬다고 월클 안돼… 인품 동반해야"
춘천 출신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최근 출간된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에서 자신의 교육관을 피력했다.
손 감독은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SON축구아카데미의 감독이기도 한 그는 책에서 "친구 같은 부모"가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흔히들 자식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줘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요, 그거 직무 유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가 습관적으로 뭘 좀 잘못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근데 친구끼리 그게 되나? 아니 못 고친다. 친구가 지적은 할 수 있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끝끝내 말해줄 수 있는 건 부모뿐"이라고 전했다.
손 감독은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웠다고 한다.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도 지녔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떨 때 행복한지, 꿈은 무엇인지 늘 질문했다. 돌아오는 손흥민의 답변은 항상 같았다. "나는 축구하는 게 가장 행복해"
손흥민은 기본기를 익히는 데만 7년의 세월을 쏟아부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꼈을 법한데, 짜증 한 번 안 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짜증? 흥민이가? 아니 자기 꿈이 여기 있는데 무슨 짜증을 왜 내겠나. 제가 무서워서 순순히 따랐는지도(웃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하면, 저 아주 매섭게 혼냈다. 흥민이 장점? 음, 매사에 비교적 인정을 잘한다? 인정은 좀 잘한다"고 밝혔다.
손 감독이 자식에 대해, 교육관에 대해, 그처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많이 공부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가 아닌,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책을 읽으며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어떻게 살지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 공부는 등한시했다. 자신을 틀에 집어넣으려는 학교 교육에 대해 일정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
손 감독은 "그때도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 생각했다.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독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서점에 나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책을 통해 읽어 내려간다고 한다. 생업에 종사하랴 자식 키우랴 시간 내기 어려웠지만 책 읽기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정성만 기울이면 아무리 바빠도 낼 수 있는 게 시간이라고 그는 믿었다. 누워서, 화장실에서도, 이동할 때도 책을 읽어 '삼상지학'(三上之學)이란 말을 만들어낸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처럼 "시간만 낸다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책에 '진심'이었지만, 자식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저는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게으름, 부지런함, 청소하는 습관도 대물림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에 선을 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들도 (그런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다. 인품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